이와테산 아래에서 이어지는 장인정신과 기술
2022년 겨울, 평년보다 많은 눈이 내리며 이와테산 정상은 두꺼운 흰 눈으로 덮였습니다. 이러한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한 곳이 바로 그랜드세이코 스튜디오 시즈쿠이시입니다. 이곳은 모리오카 세이코 인스트루먼트가 2020년에 설립한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그랜드세이코 탄생 6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브랜드 철학인 'The Nature of Time'을 구현한 이곳에서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목조 클린룸에서 그랜드세이코 기계식 시계의 조립과 조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풍부한 자연 환경에 둘러싸인 이곳에서는 장인들 사이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와테산의 아침 풍경 이야기로 시작되곤 합니다. 마치 그날의 날씨를 이야기하듯이 말입니다.
하야시 요시아키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와테산은 상징적인 존재감이 있어 그 가까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게 됩니다. 스튜디오의 조명은 매우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작업 중 잠시 시선을 돌리면 주변의 자연 풍경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다는 의미에서도 이곳은 정말 훌륭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선 이후 두 번째 봄을 맞이한 이 시설에서는 자연과의 조화가 더욱 깊이 느껴집니다.
“2022년에는 특히 눈이 많이 내려 자연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살아가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동시에 자연에 대한 경외심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감각은 일상은 물론 시계 제작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계획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자연을 마주하면 사람은 겸손해지고, 끈기와 성실함을 기르게 됩니다. 하야시 사장은 이어 말합니다. "이러한 성향은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자라난 이와테현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며, 동시에 그랜드세이코에 깊이 스며 있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클린룸의 작업대는 자연과의 완전한 공존과 조화를 추구하는 이 스튜디오의 상징적인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목재의 아름다운 결을 살리기 위해 침투식 옻칠로 마감되어 고가구를 연상시키는 외관을 지니면서도, 최첨한 검사·측정 장비가 갖춰진 공간 속에서 독특한 색감과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러한 아름다운 작업대에는 이와야도 단스의 전통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그 기원은 일본 역사 속 고와(康和) 연간, 즉 약 11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에도 시대 덴메이 연간(178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산업으로 발전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이와야도 번의 영주였던 이와키 무라마사가 지역 산업 진흥을 장려하는 명령을 내린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와야도(현재 이와테현 오슈시에사시 지역)는 예로부터 느티나무와 오동나무 등 풍부한 숲에서 얻은 목재를 활용한 뛰어난 옻칠 기술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여기에 자물쇠 등을 제작하던 금속 가공 기술이 더해지면서 용과 호랑이, 새와 꽃 등의 장식을 섬세한 조각과 주조 기법으로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목공, 칠공, 금속공예 등 다양한 장인 기술이 결합되며 이 지역의 공에품은 점차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의 특징은 이러한 공예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지역 생산자들은 힘을 모아 산업 협동조합을 조직했습니다. 안정적인 생산 체계와 건전한 경쟁을 통해 품질은 꾸준히 향상되었고, 장인 인증 제도의 도입은 기술 연구와 장인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품은 전통적인 단스(서랍장)에만 머물지 않고 캐비닛과 TV 스탠드 등 현대 생활에 맞는 다양한 가구로 확장되었습니다. 그 인기는 해외로도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매력을 지닌 이러한 작품들은 '모던 앤티크'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모든 제품에는 이와테의 자연과 역사 속에서 길러진 전통을 계승하려는 정신과, 이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한 창의적인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그랜드세이코가 지닌 정신과 기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돌아온 작업대에 매료된 장인들
이와야도 단스와의 인연은 모리오카 세이코 인스트루먼트가 시즈쿠이시 워치 스튜디오를 설립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역의 지명을 그대로 담은 그랜드세이코의 전문 스튜디오에 어울리는 가구를 찾는 과정에서, 장인들은 자연스럽게 그랜드세이코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이와야도 단스에 이끌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 가구를 전문 작업용 캐비닛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더해졌습니다. 이 요청에 응한 곳이 바로 나카센 가구점이었습니다.
나카센 가구점 대표 나카무라 히로아키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고합니다. "작업의 편의성을 고려해 L자형 독립 작업대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이었는데, 저희에게는 처음 접하는 각도 설계였습니다. 조립 과정에서도 많은 창의적인 고민이 필요했고, 여러 겹으로 옻칠을 입히는 작업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정성스럽게 제작된 이 작업대는 워치메이커들이 수많은 그랜드세이코 시계를 만들어 온 스튜디오에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이후 이 공방은 현재의 새로운 건물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하야시 사장은 이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시설이 최첨단으로 새롭게 조정되는 만큼 작업대도 함께 교체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장인들은 이와야도 단스를 계속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곳이 지역에 뿌리를 둔 전통적인 공방이라는 점과, 이와테현이 자랑하는 전통 장인 기술을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쌓인 친숙함과 애정이 이러한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독립형 구조에서 직선형의 수평 작업대로 사양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작업대를 분해해 사실상 새롭게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이 작업에는 많은 시간과 정성이 요구되어 나카센 가구점에서도 한 달에 한두 개 정도밖에 제작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야시 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작업은 스튜디오 건설과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작업대를 새롭게 제작하는 데에만 꼬박 1년의 시간이 투입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카센 가구점의 장인들은 돌아온 작업대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들이 일상적인 작업 속에서 여러 겹으로 입혔던 옻칠은 세월이 흐르며 한층 깊은 광택을 띠게 되었고, 그 속에서 뛰어난 워치메이커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표면에 새롭게 옻칠을 더하면서, 제작자들이 공유해 온 변함없는 열정 또한 선명하게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뜨거운 마음은 그랜드세이코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랜드세이코 스튜디오 시즈쿠이시로 이전하면서 작업대는 기존의 독립형에서 직선형의 수평 작업대로 변경되었습니다.
장인에서 장인으로. 장인정신을 꾸준히 이어가다.
아무리 첨단 설비가 갖추어져 있더라도, 그 장비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기술을 지닌 사람이 없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모리오카 세이코 인스트루먼트는 인재 육성과 기술 계승에 힘써 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앞서 언급한 시즈쿠이시 워치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동시에 '마이스터 제도(Meister System)'를 도입했습니다. 이 제도는 2년에 한 번 인증이 이루어지며, 높은 기술력을 평가하는 동시에 세 단계의 등급으로 운영됩니다. 각 등급의 인증을 받은 장인들은 자신의 기술을 전수할 후계자를 지정하고, 장기간에 걸쳐 제자 양성에 힘써야 합니다.
장인 기술은 본래 오랜 경험의 축적을 필요로 하지만, 그 지속적인 계승을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을 '보이는 형태'로 정리하고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해 새로운 결실을 맺었습니다. 모리오카 세이코 인스트루먼트의 야마자키 히데토가 2021년 '탁월한 숙련 기술자(현대의 명장)'로 선정된 것입니다. '현대의 명장'은 일본 후생노동성이 매년 각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지닌 장인을 선정해 수여하는 제도로,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장인에게 주어지는 권위 있는 인정으로 여겨집니다.
2022년 수상 분야 가운데 특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분야는 '금형 마무리(mold finishing)'로 알려진 부품 제작 기술이었습니다. 하야시 사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시계를 산업 제품으로서 더욱 높은 정밀도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부품 자체의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의 조정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국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부품 자체의 정밀도를 높이면 최종 조립 과정에서의 조정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금형 제작은 말 그대로 모든 과정의 기초가 되는 작업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야마자키 히데토가 '현대의 명장'으로 선정될 만큼 높은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완성된 금형의 정밀도를 몇 마이크론 단위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작업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금형을 성형하는 프레스 기계의 균형을 조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시험 가동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찾아내고, 제작된 부품을 장착한 금형을 점검하는 등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완료되기까지는 약 1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마이크론 단위로 이루어지는 수작업 조정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그럼에도 야마자키 씨는 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크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작업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사양의 금형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할 때 더 큰 의욕이 생깁니다."
작업 중인 금형의 정밀도를 끝까지 완성해 내기 위해 묵묵히 나아가는 자부심.
"금형은 특히 작은 부품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높은 정확도와 정밀도가 확보되지 않으면 손목시계의 정상적인 작동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은 곧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금형으로 생산된 부품들이 동료들의 손을 거쳐 조립되고 조정되어 완성된 시계로 탄생한느 모습을 볼 때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야마자키 씨는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시계를 사람들이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깊은 따뜻함을 느낀다고 덧붙입니다. 그가 이 말을 할 때 보이는 부드러운 표정은 이와테산의 평온한 풍경과도 겹쳐 보입니다. 그랜드세이코 시계가 끊임없이 정확한 시간을 전할 수 있는 그 따뜻한 감각은, 이와테의 웅대한 자연 속에서 장인정신에 몰두해 온 사람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랜드세이코 무브먼트에 어울리는 외관을 구현하기 위해, 이 휠에 남아 있는 다섯 개의 스포크가 균일하게 배치되도록 프레스를 마이크론 단위로 정밀하게 조정합니다.
이와테에서 이어가는 일본 기계식 시계 제작의 미래
2006년에는 사내 마이스터 제도에 더해, 회사가 독자적으로 실시해 오던 기술 평가가 이와테현 지사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와테 워치 마이스터 평가 제도'(기계식 시계 수리 기술 평가)가 출범했습니다. 이 제도는 이와테 지역에서 꾸준히 계승되어 온 시계 제작 기술과 노하우를 특정 기업의 범위를 넘어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뛰어난 워치 마이스터를 양성하고 전통을 이어가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하야시 사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모리오카 세이코 인스트루먼트는 이 제도에서 최초로 인증을 받은 기업입니다. 이는 전통 공예를 포함해 이와테현 내 기업들이 보유한 전문 기술을 평가하고 지원하겠다는 취지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기계식 시계를 제작하는 국내 워치메이커들에게 이러한 기술과 노하우를 계승한느 것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인증은 우리 회사나 그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 전국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인증은 우리 회사나 그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 전국적으로도 점차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 제도는 단순한 실무 기술뿐 아니라, 기술의 기반이 되는 이론까지 중시한다는 점에서도 특징이 있습니다."
이와테에서 길러지고 이어져 온 장인정신은 앞으로도 일본 기계식 시계 산업의 미래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새로운 재생에너지 공급원으로
시계 제작에 사용되는 모든 전력을 공급합니다.
'The Nature of Time'은 자연과 사계절에서 영감을 받아 시간의 본질에 뿌리를 둔 시계 제작을 추구하는 그랜드세이코의 브랜드 철학입니다. 더 높은 지속 가능성과 자연과의 공존을 실현하기 위해 2020년 12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추진했습니다. 2021년에는 그랜드세이코 스튜디오 시즈쿠이시에서 사용하는 전력량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에 해당하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의 전환을 달성했습니다. 이어 2022년 4월부터는 나머지 전력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모리오카 세이코 인스트루먼트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그린 전기로 공급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시즈쿠이시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의 조화를 추구하며, 지속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장인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 글: 시바타 미쓰루
- 사진: 니이쿠라 데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