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iber Stories
크로노스에서 그랜드세이코를 위해 제작한 콘텐츠
많은 기대를 모은 수동 와인딩 10회 진동 칼리버 9SA4와 그 감각적인 매력
Part 1: 디자인
핸드와인딩 무브먼트 덕분에 가능해진 Evolution 9 스타일 드레스 워치

2024년, 그랜드세이코의 Evolution 9 컬렉션에 새롭게 추가된 SLGW002와 SLGW003은 수동 와인딩 방식의 메커니컬 하이비트 36000 80시간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정교한 칼리버 9SA5를 한층 더 발전시킨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굳이 수동 와인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답은 시계와의 대화를 즐기는 단순한 기쁨, 그리고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 사진: 오쿠야마 에이이치(Eiichi Okuyama)
오리지널 그랜드세이코의 철학을 진정으로 담아낸 드레스 워치
Evolution 9 컬렉션은 그랜드세이코에 있어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해온 라인업입니다. 이러한 진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설계된 9S와 9R A 시리즈 무브먼트였습니다. 이 무브먼트들은 탁월한 성능과 함께 얇은 케이스를 실현했으며, 이는 부품을 수직으로 쌓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평으로 분산하는 설계 철학 덕분이었습니다.

Evolution 9 컬렉션의 시계들이 선사하는 뛰어난 착용감은 낮은 무게 중심, 넓은 스트랩, 그리고 얇은 케이스 덕분입니다. 특히 수동 와인딩 모델인 SLGW002와 SLGW003은 로터가 없는 구조로 인해 그 개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스크루다운 방식의 케이스백을 적용해 두께를 줄였을 뿐만 아니라, 미들 케이스와 러그 곡률도 최소화해 더욱 슬림한 실루엣을 완성했습니다. 9.95mm의 케이스 두께는 그랜드세이코의 모든 메커니컬 워치 중 가장 얇은 수준입니다.
수동 와인딩 모델 SLGW002와 SLGW003의 기본 설계는 자동 무브먼트 칼리버 9SA5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을 이끈 에가시라 코헤이(Kohei Egashira)를 비롯하 팀은, 단순히 자동 와인딩 메커니즘만 제거해 새로운 무브먼트를 만들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합니다. "지금의 그랜드세이코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단계에 올라섰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동 와인딩 무브먼트를 9SA5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개발팀이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드레스 워치'였습니다. 에가시라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동안 그랜드세이코 라인업에서 드레스 워치하는 개념을 명확히 언어화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디자인을 다시 한 번 분류해보기로 했습니다."
Evolution 9 컬렉션의 새로운 수동 와인딩 모델들은 손으로 와인딩하는 감각을 강조한 얇은 드레스 워치로 설계되었습니다. 와인딩을 위한 로터(oscillating mass)가 없는 수동 와인딩 무브먼트를 채택함으로써, 칼리버 9SA5와 동일한 뛰어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더 슬림한 케이스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완성된 SLGW002 및 SLGW003의 케이스는 지름 38.6mm, 두께는 단 9.95mm에 불과합니다. 이 시계에 탑재된 칼리버 9SA4가 지름 31.0mm, 두께 4.15mm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인상적인 설계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Evolution 9 컬렉션 특유의 착용감을 완성하는 낮은 무게 중심, 넓은 스트랩 등의 요소들도 이번 신모델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왼쪽) SLGW002
그랜드세이코 스타일로 정통 수동 와인딩 드레스 워치를 새롭게 재해석한 디자인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다이얼 가장자리의 분 표시, 입체적인 핸즈, 그리고 다면 처리된 인덱스는 그랜드세이코가 중요하게 여기는 뛰어난 시인성을 완성합니다. 칼리버 9SA4 무브먼트는 정교하게 완성된 칼리버 9SA5를 기반으로 하며, 수동 와인딩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수동 와인딩 / 47석 / 시간당 36,000진동 / 약 80시간의 파워 리저브. 케이스는 18K 로즈 골드로 제작되었으며, 지름 38.6mm, 두께는 9.95mm입니다. 방수는 3기압. 전 세계 80점 한정 생산되었으며, 그랜드세이코 부티크와 그랜드세이코 살롱에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 SLGW003
사진에 보이는 모델은 SLGW003으로, 케이스에는 가볍고 견고한 브릴리언트 하드 티타늄(Brilliant Hard Titanium)을 사용했습니다. 그랜드세이코 특유의 높은 시인성, 뛰어난 내구성, 정교한 마감은 물론, 놀라운 착용감까지 자랑하는 모델입니다. 수동 와인딩. 47석. 시간당 36,000진동. 파워 리저브 약 80시간. 브릴리언트 하드 티타늄(케이스 지름38.6mm, 두께 9.95mm). 방수 3기압. 그랜드세이코 부티크 및 그랜드세이코 살롱에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랜드세이코만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드레스 워치를 만드는 일은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에가시라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랜드세이코가 고수해온 다양한 기준을 낮추는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그 엄격한 기준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끌어내고자 했습니다."
특별한 날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드레스 워치
어떤 컬렉션이든 그랜드세이코가 요구하는 기준은 변하지 않습니다. 시계는 내구성이 뛰어나야 하고, 정화해야 하며, 탁월한 시인성을 갖춰야 합니다. 이번 모델의 디자인은 전설적인 44GS가 정의한 그랜드세이코 스타일에서 진화한 Evolution 9 Style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헤어라인 마감된 케이스 등 스포츠 워치의 요소를 담고 있는 Evolution 9 Style을 드레스 워치에 적용하는 것은 기존 드레스 워치 개념과는 상당히 다른 접근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개발팀은 "당당하게 착용하라. 용기 있는 순간을 위한 드레스 워치." 즉, 단순히 또 하나의 드레스 워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드레스 워치를 목표로 했던 것입니다.

SLGW003은 실용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습니다. 케이스 소재로는 일부 그랜드세이코 모델에만 사용되는 브릴리언트 하드 티타늄(Brilliant Hard Titanium)이 채택되었습니다. 이 소재는 티타늄 특유의 가벼움과 내식성은 물론, 스테인리스 스틸에 견줄 만큼의 질감과 내구성을 자랑합니다. 손목 위에서는 드레스 워치에 기대되는 고급스러운 외관과 촉감을 선사하면서도 놀라울 만큼 가볍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케이스 디자인은 처음부터 다시 설계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고려된 것은 케이스백이었습니다. 케이스 두께를 줄이기 위해 일반적인 스크루-인 방식이 아닌 스크루-다운 방식을 채택했으며, 이를 통해 Elegance 컬렉션과 동일한 3기압 방수 성능을 확보했습니다. 얇아진 케이스 덕분에 러그도 짧게 설계 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두께가 줄어든 만큼 러그의 곡률도 최소화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도 시계 전체의 길이 또한 짧아졌습니다. SLGW002와 SLGW003의 러그 투 러그 길이는 단 45mm로, 이는 과거 시계 기준으로 지름 약 35mm모델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지름을 줄이기 위해 다이얼 주변의 챕터링은 제거되었고, 대신 분 표시가 다이얼 위에 직접 인쇄되었습니다. 일반적인 드레스 워치에서는 보기 어려운 초침과 분 표시를 그대로 유지한 이유는 시인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반면, 슬림한 인덱스와 아워 핸즈는 드레스 워치에 어울리는 세련된 인상을 완성합니다.

SLGW002와 SLGW003은 차세대 드레스 워치로 탄생한 모델입니다. 슬림한 베젤과 인덱스, 핸즈 디자인은 드레스 워치다운 우아함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시인성을 위해 초침과 분 표시를 그대로 유지했으며, 넓은 다이얼 역시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요소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를 갖추면서도 케이스 디자인을 새롭게 다듬고 세심한 설계를 더해, 지름은 38.6mm로 절제된 크기를 유지했습니다.
SLGW002와 SLGW003은 기존 그랜드세이코 시계들과는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특징으로, 케이스 구조에 변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계는 무브먼트를 스페이서(무브먼트 홀더)에 넣고, 이를 케이스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됩니다. 이는 유지 보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구조입니다. 그러나 SLGW002와 SLGW003은 스페이서를 사용하지 않고, 무브먼트를 케이스에 직접 고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방식은 부품 정비에는 다소 불편을 줄 수 있지만, 케이스 지름을 최대한 작게 유지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두었습니다. 또한 무브먼트와 케이스백 사이의 간격 역시 가능한 한 최소로 줄였습니다.

칼리버 9SA4는 케이스 안에 매우 정밀하게 맞물리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무브먼트를 홀더에 고정한 뒤 케이스에 장착하지만, 이 모델은 무브먼트를 홀더 없이 케이스에 직접 장착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 방식은 케이스 지름을 최소화하면서도 넓은 다이얼 비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미적 장점이 있지만, 정비면에서는 보다 섬세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그랜드세이코는 드레스 워치로서 가장 이상적인 균형과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정비의 편의성보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사이즈 변화는 시계 글라스에도 정교하게 반영되었습니다. SLGH005보다도 핸즈와 글라스 사이의 간격이 더욱 좁게 설계되었으며, 이 섬세하게 조율된 간극은 드레스 워치 특유의 긴장감과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간격을 줄이면 무브먼트가 충격에 더 취약해지기 때문에, 얇은 드레스 워치는 일상 착용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모델에 대해 에가시라는, 충격 저항 기준을 전혀 완화하지 않았다고 단언합니다. 즉, 우아함과 실용성 그 어느 것도 타협하지 않은 그랜드세이코만의 철학이 이 시계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SLGW002과 SLGW003의 다이얼, 핸즈, 그리고 글라스를 그린 도면입니다. 각 부품이 얼마나 정밀하게, 최소한의 간겨으로 배치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랜드세이코 특유의 견고함을 실현하기 위해, 글라스에는 내구성이 뛰어난 박스 형태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이 사용되었으며, 필요한 최소 두께로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시계의 두께감을 시각적으로 줄이기 위해, 글라스는 가능한 한 날렵하게 위로 솟아오르는 형태로 디자인되었습니다.
Evolution 9 컬렉션의 미학을 담아낸 새로운 드레스 워치.
그랜드세이코가 지닌 본연의 가치와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SLGW002와 SLGW003은 일상 속에서도 어울리는 드레스 워치로 새롭게 재해석되었습니다. 더불어 Evolution 9 컬렉션에서 볼 수 있었던 고유의 디자인 요소들 중 일부는 이번 신모델에서 한층 더 강조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다이얼입니다. 이번 모델의 다이얼은 '자작나무 숲'이 아닌, 자작나무 '나무껍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습니다. 가는 헤어라인만으로 구성된 패천은 기계적인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입체감을 유지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거칠고 유기적인 질감을 더했습니다. 다만 시인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절제된 조형미가 적용되어, 기능성과 아름다움이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SLGW002과 SLGW003의 다이얼 역시 이전 Evolution 9 컬렉션 모델들처럼 자작나무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완전히 다른 패턴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자작나무 껍질을 모티프로 한 큼직한 패턴으 Evolution 9 컬렉션만의 개성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강한 패턴은 시인성을 방해 할 수 있지만, 패턴의 배치와 같은 세심한 조정을 통해 그랜드세이코 특유의 뛰어난 시인성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헤어라인과 미러 폴리시(거울 마감) 표면의 균형 역시 전면적으로 다시 설계되었습니다. SLGH005와는 다른 마감 방식을 적용하거나, 케이스 전체를 미러 마감으로 구성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고, 그 결과 드레스 워치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미러 마감을 은은하게 강조한 디자인에 도달했습니다. 또한 미러 마감과의 조화를 위해, 헤어라인 처리 역시 기존 모델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케이스 소재 또한 독창적입니다. SLGW003은 일반 스테인리스 스틸이 아닌, 그랜드 세이코 고유의 브릴리언트 하드 티타늄(Brilliant Hard Titanium)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소재는 뛰어난 경량성과 내식성은 물론, 밀도가 높은 구조 덕분에 폴리싱 시 스테인리스 스틸에 버금 가는 미러 마감 효과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티타늄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드레스 워치다운 고급스러움을 구현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랜드세이코 시계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미러 마감의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브릴리언트 하드 티타늄은 표면 경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며, 일반적인 티타늄보다 훨씬 정교하고 깊이감 있는 미러 폴리싱이 가능합니다.
제작 비용은 더 들지만, 차세대 드레스 워치에 가장 걸맞은 소재라는 판단 아래 브릴리언트 하드 티타늄이 채택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드레스 워치의 중후한 품격과 존재감을 강조한 모델이 바로 18K 로즈 골드 케이스의 SLGW002입니다. 동일한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와 개성을 구현해낸 두 모델의 접근은 드레스 워치 분야에서는 유례없는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수동 와인딩 방식의 SLGW002와 SLGW003은 정교하게 완성된 무브먼트와 손으로 와인딩할 때의 감각이 특히 인상적인 모델입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 진정 주목할 만한 점은, 그랜드세이코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차세대 드레스 워치로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전체적인 설계와 완성도에 담긴 탁월한 창의성에 있습니다.
To be Continued......